맨하탄에 있는 Macy's 백화점 본점은 1901년도에 세워진 건물이라고 하는데 한 블럭 전체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크다. 백화점이긴 하지만 한국처럼 백화점이라서 더 비싸다기보다는 오히려 세일도 자주 하고 말그대로 여러 상품을 한 곳에서 둘러볼 수 있는 곳이고, 때로는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미국 애들이 아무거나 가져가서 다 입어보고 헤집어 놓은 것들이 정리가 안되어 있을 정도로 점원들의 간섭이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동대문 쇼핑몰보다 훨씬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매우 대중적인 백화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백화점의 흥미로운 점은 백화점 내부에 아직 옛날 식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볼 수 있다는 것(작년에는 그 중 하나가 불타기도 했다..장사가 더 잘되려는 징조일까?)과 블럭 전체의 사방으로 둘러진 쇼윈도를 시즌별로 색다르게 꾸미고, 백화점에서 쇼를 보여준다는 것! 재작년 겨울에 나는 필라델피아에 갔다가 그곳의 메이시 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쇼를 봤다. 백화점 내부에 들어서면 정면에 엄청나게 큰 트리 장식이 되어 있고, 음악과 함께 몇 분동안 전구쇼가 펼쳐졌다. 쇼핑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모여 한동안 숨죽이고 그 쇼를 지켜보았다. 미국인들의 문화 속에서 가끔 이렇게 아이같은 순수함과 낭만을 경험한다.

봄이되면 Flower show를 하기에 구경을 하기 위해 내가 지내는 뉴저지에서 버스를 타고 맨하탄으로 나섰다.


여전히 바쁜 뉴욕 거리. 뉴요커들이 싫어하는 10가지 상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았는데, 그 중에서 길을 걷다가 앞 사람이 갑자기 멈춰서는 경우와 섹스앤더시티에서 캐리, 미란다, 사만다, 샬롯이 나란히 한줄로 서서 걸어가는 장면처럼 인도 전체를 가로 막고 여러 명이 한줄로 가는 경우가 있었다. 인도가 좁은 맨하탄에서 항상 바쁘게 걷는 뉴요커들은 자기 갈길을 방해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것 같다. 보행 신호를 지키는 보행자는 십중팔구 관광객일 정도다. 


미국인들은 역시나 쇼를 좋아하는 민족인가? 여기선 테이크아웃 커피 컵에 그림을 그리는 쇼가 펼쳐지고 있다. 대략 읽어보니 한 주 동안 디자이너들이 돌아가며 이미 사용한 일회용 커피 컵에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업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한다. 환경과 소비, 디자인에 관한 메세지를 전하려는 작업인듯하다.

오늘 우리가 보려는 건 플라워쇼, 쇼를 보기 전에 일단 배를 채우기 위해 BEN'S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레스토랑들을 평가하는 ZAGAT 서베이에서도 나름 좋게 평가 받는 곳이라고 하는데 'The Taste of NY'은 '소고기 맛'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곳이다.


그냥 저 오이피클이 제일 맛있었다. 


아 이 믿지 못할 고기의 양을 보라! 얇게 저며진 고기들이 열겹은 쌓인 저 음식은 믿을 수 없겠지만 샌드위치. 맨 아래에 아주 얇은 빵이 한장 깔려 있다. 세숫대야 냉면 그릇보다 큰 그릇에 담겨져 나온 저 음식은 갈비탕과 비슷한 맛인데 먹고 죽으란 듯이 큰 덩어리의 갈비가 들어 있었다. 그 양에 혀를 내두르며 먹고 있으려니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생각나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메이시 백화점에 왔다. 


백화점에 들어서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듣고 있다. 앗, 그것은 플라워쇼 가이드?!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이 여기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움직이면서 관람객들에게 꽃들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못말릴정도로 진지하게 쇼를 즐기는 이들...^^


꽃들 사이에 있으니 평소엔 다 똑같게 보이던 명품 가방이나 화장품들이 더 예뻐보인다. 귀여운 미니 수선화 앞에서 '꺄악' 탄성이 나온다. 간혹 찾아보면 좀 신기한 꽃도 있다. 

새로 바뀐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


모자도 써보고^^ 음~해변 모자가 은근히 잘 어울리는데?


 
백화점에서 나와 바로 옆 32가 코리아타운으로 향했다. 카메라 가방이나 볼까하고 들어갔다가 120불 달라고 해서 안 산다고 했더니 광각 렌즈를 꺼내서 보여주더니 내 카메라로는 넓은 장면을 찍을 수 없다면서(내 카메라의 단점을 한눈에 파악하다니;; 흠칫) 어디까지 나오는지 한 번 시험해 보라고 하는 장면이다. 확실히 더 넓은 영역이 카메라에 들어오긴 했지만, 그 다음 사진에서 보여지듯이 알 수 없는 심한 왜곡 현상이 보였다. 그리고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 애초에 살 마음이 없었지만 아저씨의 비지니스 기술을 경험했다. 

그리고 여행 준비를 위해 BORDERS 서점에 들러 여행 책을 골라봤다. 이날은 이상하게도 여러 사람들이 참견을 해왔는데, 서점 안 커피숍에서 근처 패션대학 학생들로 보이는 일군의 사람들이 내게 접근해왔고, 여행책에서 갈만한 레스토랑을 보고 있는 나에게 지나가던 서점 직원이 맨하탄에서 갈만한 스시집을 찾는다면 스시야마라는 곳이 아주 좋다고 발랄하게 이야기해주고 지나갔다. 

마지막 사진은 맨하탄에서 산 레인부츠. 신발가게에서 내 사이즈 있냐고 물어봤을 때 "Sure~!"이라며 가져다줄때 완전 기분이 좋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untitle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면 단상  (0) 2011/07/04
샌프란시스코의 부둣가는 유쾌하다  (0) 2011/05/17
꽃에 둘러싸인 백화점  (1) 2011/04/20
작자 미상의 글쓰기  (2) 2011/04/18
TRACKBACK ADDRESS
http://nalae.net/trackback/4 관련글 쓰기
지영 
wrote at 2011/04/26 10:52
센스돋는 레인부츠인데?!ㅋ즐겁게 잘지내고 있는듯//^^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1  *2  *3  *4 
count total 1,073, today 0, yesterday 4
rss
I am
Categories
untitled
be the change
arts in your life
최근에 연결된 관련글